2016.03.06   18:50

풀러에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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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현재 저희 풀러에 재학중인 목사님의 이야기입니다.

누구인지 추측하는 것은 본인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생각됩니다. 

글을 읽고 함께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생이 참 복잡하고 어렵다. 나이 40을 넘긴 사람이 처자식을 데리고 미국으로 유학을 온다는 것 자체가 반쯤 미친 짓인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에서 부목사로 사역을 하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부목사로 계속 있었서도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좋은 교회 좋은 목사님 좋은 성도들과 행복하게 사역을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앞으로 목회 1-2년 할 것도 아닌데 좀 더 준비하고 나 자신을 성숙시켜야겠다는 마음을 포기할 수 없었다. 재정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제 갓 4 2살 된 아이들이 적응은 제대로 할 수는 있을지 확신도 없었다. 어느 것 하나 시원한 대답을 가지지도 못한 채 아내를 설득하고 설득해서 유학길에 올랐다그렇게 유학 생활은 시작되었다.

많은 것이 부족했지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행복했고, 배움의 길의 들어설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렇게 첫 학기를 보내고 두번 째 세미나를 마쳤다. 재정적 압박과 언어의 압박과 독서와 과제의 압박에도 행복했다. 모든 것이 순적하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풀러에서 KDmin SIS를 포함한 모든 Korean 과정을 하나로 통폐합해서 Korean Center를 출범시킨다는 말이 들려왔다. 게다가 KDmin 스텝들 네 명중 세명을 해고했다는 말도 들었다. 충격이었다. 이런 일들이 있었다면 미리 입학을 신청하는 학생들에게 귀뜸이라도 해주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게다가 교수님과 직원들마저 해고된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했다.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이억만리 타국에 유학을 온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것일까? 처음 풀러에서 약속한 학위 과정을 제대로 공부는 하고 마칠 수는 있는 것일까? 다른 학교로 빨리 트랜스퍼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황금같은 시간과 재정을 낭비하는 일은 아닐까? Korean Center가 어쩌면 지금보다 더 발전적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변화의 과정 한 가운데 있을 수밖에 없는 나로선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변화는 항상 시행착오를 수반하는 것 아니던가. 필시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인데 그 변화의 가운데서 원하고 목표했던 것을 이룰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동료학생들을 비롯한 교수님께 질문도 하고 상담을 하면서 내린 결론은 회의적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학비를 환불받고 체류비까지 다 환불이라도 받아야겠단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가능하다면 정말 그렇게라도 하고 싶다. 80을 바라보는 부모님을 두고, 교회의 후원과 여러 성도님들이 조금씩 모아 후원해 주시는 돈으로 생활하고 학업을 진행하는데 그들의 수고와 헌신을 허공으로 날리는 것은 아니니 두렵기도 하다. 돈을 아끼기 위해 외식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이제 곧 결혼 10주년인데 그때도 아마 아내는 외식하자고 말하지도 못할 것 같다. 자꾸 흘러가는 시간과 돈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답답한 마음에 다른 학교로 트랜스퍼를 위해 알아보았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늦거나 엄청나게 멀리 이사를 가야하기 때문에 그조차도 쉽지 않았다. F1 비자를 받아서 유학을 온 학생은 울며 겨자먹기로 무조건 8학점을 신청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법체류자가 되기 때문이다. 당장 봄학기 수업부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봄학기를 등록하게 되면 나는 무조건 풀러에 남아 있어야만 한다. 시간과 재정을 또 한번 쏟아부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학교로 트랜스퍼한다고 해도 학점을 다 인정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트랜스퍼를 하면 시간과 재정은 곱절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학교 당국은 유학생의 이런 상황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모든 것이 답답하다.

KDmin 스텝들도, 교수님도 그저 미안하다는 말씀이 나에게 들려줄 수 있는 최선이다. 이곳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나와는 상황이 좀 다른 것 같다.물론 그분들도 실망감이 크고 불안한 마음이 들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수업이 마음에 안 들면 듣지 않아도 되고, 굳이 8학점씩 들으면서 많은 학비를 내야 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가 없다.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나 하나만 믿고 따라온 아내에게 너무 미안하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제 5 3살이 된 아들과 딸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처음 학교에 우리에게 약속한 대로 공부를 마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트랜스퍼 때문에 리폼드 신학교에 전화를 해보니 더 이상 등록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어쩌면 KDmin프로그램을 다시 열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결정하기 전에 입학하신 분들이 졸업할 때까지는 모든 것을 보류하고 그분들을 섬긴다고 대답해 주었다. 그들이 그렇게 어려운 결정을 하고 목사님들을 기다려주는 것은 단 한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약속. 입학하신 분들과 학교가 맺은 약속 때문이다. 나는 풀러도 그렇게 약속에 신실하면 좋겠다. Korean Center가 어쩌면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직원들을 다 해고하면서 KDmin에 입학하신 분들을 제대로 섬길 수 있을지 신뢰하기가 어렵다. 최소한 여기에 입학하신 분들이 다 졸업할 때까지는 지금 이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 주면 좋겠단 희망을 나는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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